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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총선, 그 이후의 부동산

by 망태할아버지 2024. 4. 15.

지난주 총선이 끝났죠. 저는 정치 얘기를 자주 언급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정치와 부동산은 우리 나라 특성상 떼놀래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에 이번에는 제 의견을 조심스레 언급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단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거 같습니다.

22대 총선 전의 국민의힘 의석수가 114석이었고 22대 총선 후의 국민의힘 의석수는 108석이죠. 여소야대가 계속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거 같다고 본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2대 총선 전의 민주당은 친명, 비명이 함께 있던 당이었으나 22대 총선 후의 민주당은 친명으로 완전히 재편된 당입니다. 자연스레 이재명 대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당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죠.

따라서 정말 중요한 포인트는 2027년에 열리는 다음 대선이 되겠습니다.

사실상 190석 수준의 국회 의석수를 확보한 야권이 대권도 거머쥘 경우는 원하는 정책을 쉽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국회선진화법도 무력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다주택자는 대부분 국민의힘 지지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야권은 다주택자를 우군으로 끌어들이려고 굳이 노력하지는 않을거 같습니다. 그보다는 1주택자를 최대한 포섭하려는 행동에 나서겠죠. 정치공학적으로도 그게 맞을 겁니다. 어차피 내 편이 되줄 가능성이 낮은 상대에게 잘해주느니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게 표 확장에도 도움이 될테니까요.

사실 이재명 대표 또는 민주당이 차기 대권을 손에 넣으려면 최근 수년간 치른 몇 가지 선거를 복기할 수밖에 없을텐데요, 우선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254개 의석 중 민주당이 161석을 얻고 국민의힘이 90석을 얻어 거의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의석수를 얻었으나 실제 득표율은 민주당 50.5%, 국민의힘 45.1%로 5.4%만 차이가 났다는 사실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거 같습니다. 즉, 여기서 3%만 다시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선택지를 달리 한다면 지난 대선때와 같이 석패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20대 대선, 윤석열 후보 48.6% vs 이재명 후보 47.8% 득표)

좀더 시간을 거슬러올라가서 19대 대선 결과를 보면 당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보다 서울에서만 142만표를 더 얻었는데요, 20대 대선에서는 되려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서울에서 30만표를 더 얻었습니다. 무려 172만표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갈아탄 셈이죠. 20대 대선 당시 전국 단위로는 24만표 차이로 윤석열 후보에게 패배한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 서울의 패배는 그만큼 뼈아플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경기는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보다 43만표를 더 얻었습니다.)

민주당의 결정적인 패착은 종부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금의 급증이었습니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급증하면서 서울 아파트의 16%, 즉 6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대상이 되고 서울의 종부세 고지 대상자 중 1주택자 비중이 60%에 이르면서 1주택자를 건드린 꼴이 되어버렸습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민주당, 그리고 이재명 대표가 과연 똑같은 우를 범할까요. 저는 그 가능성을 낮게 봅니다.

이재명 대표가 예전에 했던 말이 있죠.

"실거주 1가구 1주택이 고가라는 이유로 압박하고 제재하는 방식을 동원하는건 옳지 않다."

이는 결국 1주택자는 최대한 보호하면서 우군으로 만들되(적어도 적군으로는 만들지 않되),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는 거리낌 없이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민주당이 장악한 국회도 이 기조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이는 결국 현 정부에서 주택수 차등 과세를 가액 기준 과세로 전환하려는걸 다시 주택수 차등 과세로 회귀(유지)시킬 가능성이 높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미 2025년 이후의 공급 감소는 갈수록 그 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착공 물량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공급 감소를 그나마 막아줄 3기 신도시 사업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죠. 그렇다면 집값도 2027년 대선전까지 우상향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매매가와 전세가의 우상향은 높은 금리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주택 착공 급감이 원인이나, '표'가 중요한 정치인 입장에서는 주택 비용의 상승 책임을 다주택자에게 전가시킬 유인(誘因)은 충분합니다. 하물며 의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 입장에서 대권을 장악하기 위해 무주택자와 1주택자를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다주택자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매혹적인 선택이 될 겁니다.

결국 현재의 국회 구도가 2028년까지 가게 되기 때문에 2027년 대선의 향방은 더욱 그 중요성을 띄게 되었습니다. 국민의힘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2028년까지는 여대야소가 이어지기 때문에 뜻하는 정책을 시행하기 어려운 반면, 민주당이 2027년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압도적인 의석수와 결합하여 다주택자에 대해 매우 강력한 규제를 시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데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 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일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된다면 똘똘한 한채에 대한 선호 현상 역시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서울을 위시한 핵심지의 가치도 더욱 높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은 그럴 필요가 없어보이나 차기 대선이 다가올수록 풍향을 잘 살펴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을거 같습니다.

한 가지 문제점을 굳이 지적하자면, 지금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매매가와 전세가의 상승을 불러왔다는 점입니다.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주택소유건수 증감과 매매가/전세가 상승률(KB부동산 기준)을 비교해본 결과, 해당 기간에 전국의 1주택 가구와 매매가 상승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68, 전세가 상승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57로 대단히 높게 나왔습니다. 반대로 전국의 3주택 이상 가구와 매매가 상승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67, 전세가 상승률 사이의 상관계수는 -0.56으로 나왔습니다. (통상적으로 두 지표 사이의 상관계수가 +0.5 이상이면 두 지표는 증감을 함께 하는 밀접한 상관관계, 즉 양(陽)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반대로 두 지표 사이의 상관계수가 -0.5 이하이면 두 지표는 증감을 반대로 하는 밀접한 상관관계, 즉 음(陰)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해석됩니다.)

 

 

위 표는 전국과 서울의 1주택 및 3주택 이상 가구의 증감과 매매가 상승률을 비교한 것입니다. 다주택자가 많아지면 매매가 상승률이 더디고, 다주택자가 줄어야 매매가 상승률이 많이 오르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통념과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주택이 다른 재화와 다소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재화를 매점매석하면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나오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개입하여 이를 규제하는 경우가 빈번한데요, 주택을 매점매석했다고 해도 이를 가격 상승할 때까지 쟁여놓는 다른 재화와 달리 '임대'로 물건을 내놓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많이 사게 되면 집값은 단기적으로 상승할 수 있으나 이들이 임대 매물을 출회시키면서 전세가는 하락하게 되고 이것이 전세가율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결국에는 매매가를 끌어내리게 되는 셈입니다.

실제로 연 평균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을 알아보면 이명박 정부(2008~12년) 13.4만호, 박근혜 정부(2013~16년) 11.1만호, 문재인 정부(2017~21년) 19.9만호로 월등히 많은 입주 물량이 문재인 정부때 집중되었는데요, 수도권 전세가 상승률(KB부동산 기준)은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28%, 문재인 정부 +27%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세가는 공급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이 상식인데 어떻게 입주 물량이 월등히 많았던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전세가 상승률이 이명박 정부 및 박근혜 정부때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일까요.

이는 결국 당시 정부의 각종 규제책이 다주택자 때리기에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가를 올리는 방향으로 부작용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막대한 입주 물량이 전세가를 하락시키기는 커녕 계속 상승시키면서 매매가도 밀어올리는 상황까지 초래한 셈입니다. 문제는 수도권 아파트 착공 물량이 2021년 23.6만호 → 2022년 14.0만호 → 2023년 8.9만호로 급감을 거듭하면서 갈수록 입주 물량이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는데 다주택자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시간이 갈수록 전세가 폭등은 현실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가 됩니다.

임차인을 보호한다는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은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목도해온 바 있습니다. 어떤 정책이 되었든 순기능뿐 아니라 역기능을 고려하여 신중히 집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